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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의 근무 환경과 현실

도서관에서 사서가 예상하지 못했던 일, 어린이 이용자와 기다리게 된 어느 날

by 긍정언니 2026. 10. 8.

 

사서가 하는 일을 생각하면 책을 정리하고 대출과 반납을 처리하거나 이용자에게 필요한 자료를 찾아주는 모습을 먼저 떠올리기 쉽습니다.

저도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도서관에서 이렇게 예상하지 못한 상황까지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10년 동안 공공도서관에서 일하면서 여러 가지 일을 겪었지만, 지금도 기억에 남는 일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도서관에 혼자 남게 된 어린이 이용자와 함께 있었던 일입니다.

 

도서관을 닫을 시간이 되었는데 아이가 남아 있었다

 

제가 일하는 도서관에는 어린이 이용자가 많이 찾아옵니다. 그중에는 자주 방문해서 얼굴을 알고, 만나면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이용자도 있습니다.

 

한 번은 평소 자주 오던 어린이 이용자가 엄마와 함께 도서관에 왔습니다. 저와도 어느 정도 안면이 있는 모자였기 때문에 평소처럼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도서관 문을 닫을 시간이 가까워졌는데도 아이는 계속 열람실에서 책을 보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엄마가 잠시 자리를 비운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마감 시간이 다가오는데도 보호자가 돌아오지 않아 아이에게 엄마가 어디에 계시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아이의 대답을 듣고 저는 조금 당황했습니다.

엄마가 야간근무를 해야 해서 집에 가서 자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도서관에서 사서가 예상하지 못했던 일, 어린이 이용자와 기다리게 된 어느 날
도서관에서 사서가 예상하지 못했던 일, 어린이 이용자와 기다리게 된 어느 날

 

사서로서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했던 순간

 

저는 그 이야기를 듣고 ‘나라면 아이를 이렇게 혼자 두지는 않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도서관은 아이들이 혼자 책을 읽고 시간을 보내기에는 편안한 공간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도서관도 결국 문을 닫는 시간이 있고, 직원이 이용자의 보호자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은 아닙니다.

 

무엇보다 아이가 혼자 남아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그냥 문을 닫고 퇴근할 수도 없었습니다.

 

결국 아이와 함께 엄마에게 연락을 했고, 상황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도서관 문을 닫은 뒤 아이와 함께 도서관 바로 옆에 있는 카페에서 엄마를 기다렸습니다.

 

다행히 큰 문제 없이 엄마와 다시 만날 수 있었지만, 그날은 평소와 조금 다른 마음으로 퇴근했던 기억이 납니다.

 

처음에는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엄마의 상황도 생각하게 됐다

 

솔직히 처음에는 ‘어떻게 아이를 혼자 두고 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그 엄마도 아이를 혼자 두고 싶어서 그런 선택을 한 것은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야간근무를 해야 하고, 아이를 돌보면서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얼마나 고단할까 싶었습니다.

 

그 일을 겪고 나서 저는 한 가지 상황을 바라볼 때 눈앞에 보이는 행동만으로 상대방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더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어린이를 혼자 두는 상황이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은 지금도 같습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이용자에게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생활의 사정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도 함께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 일을 겪고 어린이 이용자를 조금 더 살피게 됐다

 

이 경험이 특별한 교육이나 업무 지침으로 이어진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제 개인적인 업무 태도에는 분명히 영향을 주었습니다.

이전보다 어린이 이용자의 상황을 조금 더 살피게 되었습니다.

 

특히 보호자 없이 혼자 있는 어린이를 보면 그냥 지나치기보다 한 번 더 눈여겨보게 됩니다. 아이가 불편해하거나 곤란한 상황에 있는 것은 아닌지 자연스럽게 살펴보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고 사서가 모든 어린이의 상황을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도서관에는 직원의 역할과 이용자의 책임이 각각 있습니다.

 

다만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정해진 업무만 처리하고 하루를 끝낼 수 없는 순간이 생깁니다. 이용자의 상황을 한 번 더 살펴야 할 때도 있고,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 앞에서 어떻게 행동할지 판단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사서업무의 예상치 못한 상황들에 대한 글은 다음에 있습니다.

2026.09.16 - [사서의 근무 환경과 현실] - 도서관 사서는 왜 모든 이용자의 요구를 그대로 들어줄 수 없을까?

 

도서관 사서는 왜 모든 이용자의 요구를 그대로 들어줄 수 없을까?

도서관을 이용하다 보면 원하는 것이 생길 수 있습니다. 책을 찾기 어렵다거나, 실내 온도가 춥거나 덥다거나, 보고 싶은 자료를 더 눈에 잘 띄는 곳에 두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낼 수도 있습니

happy082.com

 

사서 업무에는 예상하지 못한 순간도 있다

 

사서가 책과 자료를 다루는 직업이라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공공도서관에서 일하다 보면 책과 직접 관련이 없는 상황을 만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정답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닙니다. 상황을 살피고, 이용자의 입장을 생각하면서, 동시에 사서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판단해야 합니다.

 

저에게 그날의 경험은 단순히 ‘어린이가 혼자 남아 있었다’는 사건으로만 기억되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이해하기 어려웠던 상황도 상대방의 사정을 생각해보면 조금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작은 상황 하나가 이후의 업무 태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배운 경험이었습니다.

 

10년 동안 사서로 일하면서 알게 된 것 중 하나는 도서관 현장에서는 처음부터 예상했던 일만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서에게는 업무 지식뿐 아니라 상황을 살피고, 그때그때 적절한 판단을 하는 경험도 필요합니다. 저 역시 아직 모든 상황에 능숙한 것은 아니지만,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서 조금씩 현장을 이해하는 사서가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